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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비꼬기

초등학교 5학년이 영자 타임지를 본다?

   초등학교 5학년이 타임지를 보고 있었다.

어제 친척집에 놀러갔습니다. 설날에 못 찾아 뵈서 겸사겸사 마눌님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그 집은 딸이 둘 있는데, 고2화 초등학교 5학년 입니다. 아주 생기발랄하고, 예쁜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어린아이가 마눌님에게 숙제를 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학원 숙제였는데, 영어 작문이었습니다. 아마도 마눌님이 영어를 쬐금 잘 해서 도움을 청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옆에서 슬쩍 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생이 가져온 것은 바로 키즈타임지였습니다.

키즈타임지는 영어를 쓰는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만든 교육용 신문입니다. 결코 우리나라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지요. 우리나라의 학원은 그런 어려운 신문을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키즈타임지를 보니까 제가 봐도 어려운 단어와 내용이 많았습니다. 당연한 것이, 외국신문이니 외국의 문화와 시사에 관련된 내용이 많겠지요. 아직 우리나라 사회와 문화도 제대로 모르는데 외국의 그것들에 대해서 알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ㅠ.ㅠ

마눌님도 놀라고 저도 놀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타임지를 보다니... 아무리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빈부격차에 따라 더 커지는 영어 격차

같은 나이라도 이 집처럼 전문 학원을 통해서 영어를 배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 생활이 어려운 집은 그렇지 못합니다. 학원 한두개 정도 안 다니는 아이는 없다고 하지만, 실상을 보면 그 학원비때문에 포기되는 것들이 너무도 많고, 또 지금은 경제 위기로 인하여 아이들 학원비까지 줄이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렇게 학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학교 수업은 어떨까요? 학교 수업은 평준화 수업이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은 당연히 학교 수업이 재미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다 학원에서 배웠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당연히 학교 수업이 재미없어지고, 격차는 점점더 벌어지고, 결국에는 다시 사교육시장으로 몰릴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죠.

   영어교육보다 우선이 되는 것이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예전에도 한번 다룬 듯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영어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영어권 나라처럼 자유롭게 영어를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전공하고, 유학까지 다녀오면 가능하겠지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영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바로 미래 사회 경쟁력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첫번째로 꼽는 창의력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영어는 영어에 소질이 있고, 정말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이들만 배우면 됩니다.

창의력이야말로 어렸을 때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영어에 달려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가장 경쟁력이 있는 휴대폰, 반도체 같은 세계 일류의 제품과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자질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봅니다.

재미있게 놀 나이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타임지에 나와 있는 오바마를 보면서 숙제를 해야하는 아이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이 잘 못 된건가요?